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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며지지 않은 이야기, 비비의 진심이 닿는 지점

by mininews24 2025. 4. 30.

비비, 본명 김형서. 단발에 눈 밑 점, 쓸쓸한 듯 솔직한 가사, 무대 위에서의 묘한 에너지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여성 아티스트는, 지금까지도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녀의 음악은 한 번 들으면 빠져들지만, 그 음악 속의 정서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어긋나 있다. 이 글에서는 '비비'라는 인물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진짜 정서, 꾸밈없는 진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가수 비비 김형서
가수 비비 김형서

가수 비비는 왜 자주 울지 않는가 – 감정 절제의 미학

대부분의 싱어송라이터들은 감정을 전면에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이별, 상실, 외로움을 주제로 한 곡에서는 눈물, 울음, 떨리는 목소리 등 직설적인 감정 표현이 주요 요소로 쓰인다. 그런데 비비의 음악에서는 그런 감정의 분출이 상대적으로 희귀하다. 그녀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숨기면서’ 더 강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그녀의 곡 「나쁜년」은 스스로를 조롱하면서도 타인의 시선에 맞서려는 감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표현은 폭발적이지 않다. 덤덤하고 건조한 목소리, 일정한 톤, 그리고 반복되는 단순한 멜로디는 도리어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뿌리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런 감정 절제는 무기처럼 작용한다. 청자가 해석해야 할 여백을 남기고, 오히려 가사의 뉘앙스 하나하나가 강조된다. 비비는 직접적으로 ‘운다’ 거나 ‘무너진다’고 말하지 않지만, 그녀의 노래 속에는 감정이 마치 숨을 죽인 채 엎드려 있는 것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절제는 퍼포먼스에서도 나타난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오히려 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시선을 끌고, 눈물도 웃음도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울지 않는 감성’은 김형서가 구축한 정체성의 핵심이다. 그녀는 절제를 통해 감정의 무게를 더한다. 이로 인해, 비비의 음악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욕망도 외로움도 무대 위에서 말하지 않는다 – 김형서의 언어는 사운드다

비비의 음악은 종종 익숙한 코드에서 출발하지만, 전개는 전혀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다. 감정은 늘 뒷면에 있다. 흔히 대중음악에서 욕망이나 외로움은 직설적 문장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김형서의 세계에서는 이 모든 감정들이 ‘말’이 아니라 ‘소리’로 전달된다.

 

그녀의 EP 「Life is a Bi…」를 예로 들어보자. 이 앨범은 복잡하게 구성되지 않았다. 비트는 단순하고, 곡 전개도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소리의 질감과 구성, 공간감의 활용이 탁월하다. 김형서는 말을 덜함으로써 사운드에 더 많은 자유를 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청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석하게 된다.

 

가령 「치맛바람」은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시선을 노래한 곡이지만, 그녀는 정형화된 분노나 저항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시적인 이미지와 이중적인 톤의 목소리, 그루브감 있는 리듬으로 그 감정을 전달한다.

 

이러한 구성은 그녀가 단순히 '가수'가 아닌 '사운드 아티스트'임을 증명한다. 텍스트보다 사운드로 더 많은 걸 말하려는 태도는 김형서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이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비는 때로는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리듬에 몸을 맡긴다. 그녀의 무대는 말로 꾸며지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소리로 말하는 장면’이 된다.

음악으로 자기를 설득하는 법 – 비비의 곡에 숨어 있는 타협 없는 자기 고백

비비의 음악에는 늘 자기에 대한 설득이 들어 있다. 단순한 자서전적 고백이 아니다. 그녀는 노래 속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의심한다. 그래서 그 목소리는 다정하거나 따뜻하지 않다. 오히려 어떤 지점에서는 거칠고 어색하다. 하지만 그 진동 속에는 타협 없는 자기 인식이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KAZINO」는 외형적으로는 중독과 쾌락을 다룬 노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나를 이끄는 욕망을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녹아 있다. 비비는 이 곡에서 자신을 관찰자이자 행위자로 배치하며, 자신의 혼란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이는 곧 자기 고백이 아니라 ‘자기 설득’이다.

 

그녀는 쉽게 자기 자신을 긍정하지 않는다. 가사에서도 “난 아직도 못됐어”라거나 “사람은 사람을 안 믿어” 같은 문장을 던진다. 이는 자기 회의의 표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노래로 부르며 스스로를 견디는 방식이다. 비비의 음악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고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독백에 가깝다.

 

이런 자기 고백은 청자에게도 강하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건 말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서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구체화하는 데 거리낌이 없지만, 그것을 듣는 이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한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때로는 쉽지 않지만, 진심은 늘 가깝게 느껴진다.

 

비비, 김형서라는 인물은 상업적 완성도와 예술적 진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온 아티스트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크게 웃지 않고, 가사에서 눈물을 과장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가만히 설득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절제와 내밀함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오래 기억된다. 진심은 꾸미지 않아도 닿을 수 있다는 걸, 비비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