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밴드의 자존심, 엔플라잉(N.Flying)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군백기라는 거대한 공백을 딛고 멤버 전원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이번 10주년은,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2025년 6월 3일, 정규 2집 ‘Everlasting’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이번 앨범은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도, 이들이 왜 ‘영원한 밴드’로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대중적인 아이돌 밴드로 시작해 이제는 음악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잡은 성숙한 아티스트로 거듭난 엔플라잉. 이번 앨범은 그간의 성장을 응축한 ‘엔플라잉표 서사’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챕터의 문을 여는 작품입니다. 그 속엔 팬들과 나눈 10년의 온기와 더 멀리 날고자 하는 음악적 포부가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Everlasting〉: 시간의 흐름도 끊지 못한 그들만의 소리
이번 정규 2집 ‘Everlasting’은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합니다. ‘영원함’을 뜻하는 이 단어는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엔플라잉이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자세로 존재하고자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나 이번 앨범은 군복무를 마친 멤버들이 모두 모여 완전체로 선보이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앨범은 총 12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트랙마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여 그들의 내면세계를 진솔하게 풀어냈습니다. 타이틀곡 ‘돌아오는 길’은 군복무로 인해 멀어졌던 무대와 팬들에 대한 그리움을 진심 어린 목소리로 풀어낸 곡으로, 절제된 기타 리프와 폭발하는 후렴구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시간 너머’라는 수록곡은 10년 동안의 음악 여정을 돌아보는 회고록 같은 곡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팬과 멤버가 함께 쌓아온 추억,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았으며, 스트링과 록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감성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무대 위에서 죽자’는 각오로 다시 뭉친 멤버들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한 명의 공백 없이 팀이 완전체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아이돌 밴드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10년의 기록, 팬들과 함께 만든 ‘영원한 이야기’
엔플라잉의 10년은 단지 활동 연차의 숫자만이 아닙니다. 이는 팬들과 함께 쌓아온 크고 작은 이야기들, 무대 위에서 흘린 땀방울, 그리고 대중 속에서 서서히 입지를 다져온 시간의 흔적이자 기록입니다. 이번 앨범에는 그런 ‘시간의 레이어’가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기억 속의 멜로디’라는 곡은 데뷔 초창기 곡들의 분위기를 차용해 만든 헌정 곡입니다. 데뷔 당시의 풋풋함, 어설픈 무대 위의 열정, 팬레터 하나에 울컥했던 날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의 계절’은 팬송이자 고백송입니다. 팬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가사로 옮긴 이 곡은, 기타 대신 피아노로 시작되며 멤버 전원이 돌아가며 보컬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마지막 후렴에서는 밴드 사운드가 폭발적으로 전개되어 듣는 이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깁니다.
이처럼 ‘Everlasting’은 단지 음악만을 담은 앨범이 아닙니다. 이는 팬과 멤버들이 함께 써 내려간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한 챕터입니다.
밴드라는 장르의 가능성, 엔플라잉이 보여준 미래
K-POP 아이돌 시장에서 ‘밴드’는 흔치 않은 존재입니다. 아이돌이라는 구조 안에서 밴드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수많은 밴드가 시간이 지나며 해체하거나 멤버를 잃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나 엔플라잉은 그 틀 안에서 꿋꿋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이들은 단지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음악을 직접 만들어가는 아티스트 집단’이라는 입지를 굳혀왔습니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고집한 결과, 오늘날의 엔플라잉은 ‘밴드의 가능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특히 멤버 유회승의 보컬은 깊어진 톤과 폭발적인 고음으로 중심을 잡아주며, 이승협의 리더십과 감성적 작곡은 밴드의 음악적 방향성을 뚜렷하게 만들어줍니다. 차훈의 기타 사운드는 감정을 조율하며, 김재현의 드럼은 여전히 안정된 리듬으로 팀 전체를 뒷받침합니다.
이제 엔플라잉은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 남미 등지에서도 글로벌 투어 일정을 소화하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된 여정, 그리고 다가올 10년을 위한 서곡
정규 2집 ‘Everlasting’은 단순한 기념 앨범이 아닙니다. 이는 엔플라잉의 ‘다시 쓰는 서사’의 서문입니다. 지난 10년의 기록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10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야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 말에는 그동안의 고생, 해체 위기, 군백기 속 팬들의 기다림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에 보답하고자 하는 이들의 진심도 함께입니다.
엔플라잉의 이름처럼, 다시 한 번 힘차게 날아오른 그들의 비행이 어디까지 닿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지금보다 더 깊어질 것이고, 그들의 여정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단지 그 시작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순간입니다.